복지부, 사회보장시스템 허점 보고받고도 ‘9월 오픈’ 강행
등록 :2022-10-06 13:50수정 :2022-10-07 10:47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사회복지보장시스템이 한달째 오류를 빚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시스템 개발 때부터 촉박한 개통 기일과 결함 가능성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복지부는 개발사들의 이런 보고를 ‘핑계’ 등으로 일축하고 “9월초 오픈”을 밀어붙였다. 기술적인 의사결정 역시 사업 계약 주체인 복지부가 아닌 산하기관이 전담해, 정부의 무리한 시스템 개통 강행과 관리 부실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겨레>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운영위원회 회의록’에는 이 시스템 개발 과정의 난맥상이 드러난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복지업무 담당자가 사용하는 행정시스템이다. 기초연금·생계급여·아동수당 등 모든 사회 급여의 신청·심사·지급이 이곳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개통 직후부터 외부 기관과의 자료 연계 등에 오류가 나면서 수급 대상자가 열람되지 않았다.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정보원에 접수된 오류 신고만 6만1401건이었다. 급여 지급이 밀린 것은 물론, 신규 신청 등 일부 기능은 지금까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회의에서 사업추진단인 복지부·정보원과 엘지씨엔에스(LG CNS) 등 개발사업단은 “진척이 지연되고 통합테스트 수행률과 품질이 저조하다”고 개발 상황을 요약했다. 이들은 “데이터 전환 품질 미흡, 미적재 물량(부적합 데이터) 존재”라며 데이터 통합 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 2200만명의 자료를 한 시스템에 싣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형식·배열 등을 일치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사업단에 넘긴 데이터가 부실해 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다음 작업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안내문. 보건복지부 제공
개발사들은 개발 과정상의 어려움을 복지부에 알렸다. 사업단은 “데이터 준비 등 시간이 많이 소요돼 전반적으로 관리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 보고했다. “개통을 한꺼번에 하려면 시범운영·교육 등을 최소화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새 시스템을 배포하기 전에는 시범운영으로 오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작업이 필수다. 하지만 복지부가 제시한 일정으로는 이런 절차를 충분히 할 수 없어, 사실상 일정을 맞추기에 ‘무리’라는 의견을 낸 것이다. 복지부 역시 “개발 잔여본이 6000여본(남은 개발 과제가 6000여건) 되는데 현재 인원으로 개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진척이 느리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개통 일자는 9월5일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정기급여가 21·25일이어서 해당월 초 오픈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급여 외에도 바우처 등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오픈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데이터 부실 등 사업단이 알린 어려움에 대해서는 “데이터 전환 문제를 너무 일반화해(부풀려)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같은 환경에서도 잘 진행하는 팀도 있다”며 빠른 진행을 주문했다. “일부 팀은 이해를 거부하고 외부의 문제를 핑계로 삼는데, 확인해보면 그 팀 내부의 문제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질책도 이어졌다.
사업단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배분하는 ‘신속업무처리 티에프(TF)’를 꾸렸다. 하지만 개통 일정을 닦달하던 복지부는 정작 여기에서 빠지고, 산하기관인 정보원에 실무 지시를 일임했다. 추진단은 “티에프를 통한 의사 결정은 정보원에서 한다”며 “개발사의 각 파트는 정보원에서 결정한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복지부는 9월6일 시스템을 오픈했다. 그러나 직후부터 한달째 오류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복지부가 ‘동시 오픈’을 강조했던 바우처 지급 기능의 경우, 아직도 “해당 기능은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만 뜰 뿐 대상자 조회 등이 안 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5일 국정감사에서 “바우처 지원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 (모든 기능을) 빠른 시일 내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보장시스템 오류가 장기화 되자 정부가 무리하게 개통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 지연에 대한 정부와 사업단 사이의 잘잘못은 나중에 가리더라도, 시스템 개발과 배포 전 시범운영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신현영 의원은 “계약 주체인 복지부가 사업 관리를 산하기관에 떠넘기고, 물리적으로 어려운 개통 일정을 무리하게 고집한 점이 확인됐다”며 “복지업무 현장의 혼란을 정부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복지 방치’”라고 지적했다.
개통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계약된 사업 기한이 올 12월까지였다. 통상 여러 복지제도가 개편되는 연말 이후로 개통이 미뤄지면 개발 난이도가 더욱 올라가는 리스크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티에프에서의 결정을 정보원에만 맡긴 데 대해서는 “정책적·제도적인 큰 방향성에 대한 의사결정은 복지부가 티에프 단계 이전에 결정했다. 사업총괄관리(PMO) 역할의 정보원이 실무 단계에서의 업무 배분 등을 맡은 것”이라며 “티에프 결정 사안들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먹통 복지망 부른 ‘개발자 무더기 이탈’…하도급 관행이 원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3343.html?_ga=2.52671592.1119801979.1670312427-751203982.1639614571)
개발 인력 90%가 중도에 빠져
LG CNS 주요작업 대부분 하도급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가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컨소시엄 대표사인 엘지 씨엔에스(LG CNS) 인력의 ‘무더기 이탈’로 개발 과정에서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의 데이터전환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엘지 씨엔에스는 주요 작업 대부분을 인력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소 하도급 회사에 맡겼고, 정부는 계약 단계부터 이를 방관해 문제를 키웠다.
19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을 맡은 엘지 씨엔에스 등 컨소시엄 3개 회사(한국정보기술·㈜브이티더블유)는 올해 1∼9월 343명의 개발 인력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지만, 이 가운데 90%(307명)가 퇴사 등의 이유로 중도 이탈했다. 이탈 인력의 53%(163명)는 엘지 씨엔에스 및 이 회사의 하도급사 소속이었다. 이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보원은 ‘개발자 이탈’로 10월에도 시스템 정상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애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력 이탈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복지업무 담당자가 사용하는 행정시스템이다. 기초연금·생계급여·아동수당 등 모든 사회 급여의 신청·심사·지급이 이곳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지난달 6일 개통한 이후부터 외부 기관의 자료 열람 등에 결함이 생겨 이달 5일까지 한달 간 10만여건 오류가 신고됐다. 이달에는 입주자 자격조건 열람에 오류가 발생해 공공임대주택 125개 단지의 당첨자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다. 최근 복지부는 오류를 잡기 위해 엘지 씨엔에스 본사 개발자 등 60여명을 투입하는 등 뒤늦게 인력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력 무더기 이탈 배경에는 대기업 개발사의 ‘하도급 관행’이 있었다. 엘지 씨엔에스는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데이터전환·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주요 공정을 35개 하도급사에 나눠줬다. 한국정보기술과 브이티더블유 역시 각각 14곳, 4곳과 하도급 계약을 했다. 하도급을 맡은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프리랜서 등의 비중이 높아 인력이 유동적인 편인데, 지난해 개발자들이 대기업으로 대거 이직하며 시스템 개발 인력에 결원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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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안내문. 보건복지부 제공
엘지 씨엔에스에서 인력 구멍이 생기자 공정은 지지부진해졌다. 개발의 가장 기초단계인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 2200만명의 데이터를 배열·통합하는 ‘데이터전환’이 계속 늦어졌고, 그 결과 응용프로그램 개발과 시스템 테스트 등도 개통 직전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데이터전환은 시스템 개통 3~4개월 전에 끝나야 하지만 개통 한 달 전에도 이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다. 복지부와 컨소시엄의 8월 정례 회의록을 보면, 복지부 관계자는 “개통 전까지 (일부 분야) 데이터를 100% 전환하기 힘들 것 같다. 데이터전환 없이 개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작업을 재촉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데이터베이스 전환을 해야 하는데 매주 요청하고 있음에도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복지부가 국가계약법에 따라 인력 구성 등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하도급사와의 계약을 막을 수 있었지만, 모든 하도급 계약을 승인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가 계약 단계에서부터 인력 이탈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인다. 복지부와 컨소시엄이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계약 기간과 시스템 개통 뒤 하자 조처 의무 등만 들어있을 뿐 인력 손실 시 컨소시엄 내외부에서 인력 충원을 의무화하는 특약 등은 없었다.
이종성 의원은 “개통 일정이 (1월 등에서) 3차례나 연기되고도 과도한 하도급, 인력 절반 이상의 이탈 문제 등이 계속됐다”며 “계약 과정에서부터 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됐거나, 계약 종료 일정에 맞추고자 무리하게 진행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관련 제보를 받습니다
http://www.itunion.or.kr/xe/index.php?mid=JOBQNA01&document_srl=1583079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신문 임재희 기자라고 합니다.
저희는 9월6일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 이후 급여 지급 차질부터 기관간 정보 연계 등 잇따라 발생한 오류와 관련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애초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부터 하도급 등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3343.html?_ga=2.52671592.1119801979.1670312427-751203982.1639614571) 등을 보도해왔습니다.
보건복지부와 LG CNS 등은 10월이면 시스템이 정상화될 거라고 발언했다가, 12월로 그 시점을 미뤘지만 현재는 정상화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저희는 해당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개발 및 개통 이후 과정에서 무리한 업무 요구로 인한 피해는 없었는지 등을 추가로 알리고자 합니다. 개발 과정이나 개발 이후 현장 상황에 대해 알고 계신 바가 있으신 분들께 말씀을 여쭙고자 합니다.
언제든 전화(010-7545-3222)나 이메일(limj@hani.co.kr)로 연락 주시면 상의드리겠습니다.
기사로 인한 불이익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쉽지 않으시겠지만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